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한 이후로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는 제가 슈퍼 항체를 보유한 줄 알았습니다. 왜냐하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해도, 인파가 많은 곳에 다녀도 아무 이상이 없었거든요.. 심지어 감기조차도 몇 년 동안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고 비타민 섭취와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던 터라 건강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.
그.런.데.
최근 어느 일요일 오전, 갑자기 감기처럼 약간의 미열이 나고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저녁이 되어도 열은 잘 안 떨어지고 37.6~7 도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. 일요일 밤이 되자 오한, 근육통, 인후통, 기침이 동반되면서 끙끙 앓으며 밤 잠을 설쳤습니다.
월요일 아침이 되어도 증상이 여전하길래 회사에는 병가를 쓰고 근처 이비인후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.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결과 결국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. 코로나에 걸렸을 때 사람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가 천차만별이라고 들었기에 제가 겪는 증상의 정도가 얼마나 일반적인지 알 수 없겠지만, 저의 자가격리 7일간의 기록이 비슷한 증상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..
월요일 : 확진 당일, 자가격리 1일 차
- 체온 37.4~5도
- 인후통과 기침이 많이 남.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고 목소리가 걸걸하게 쉼.
- 병원에서 확진 판정 후 항생제 주사 한 대 맞고 옴. 주사를 맞고 나니 몸은 이전보다 가벼운 느낌이 들어 청소기로 바닥을 밀거나 밑반찬을 만들 정도로 회복함.
- 밤이 되자 다시 열, 두통, 근육통, 오한, 기침 시작. 밤 잠을 깊이 못 자고 1~2시간 단위로 계속 깸.
화요일 : 자가격리 2일 차
- 아침에 잠을 깨니 몸이 너무 무거움.
- 두통, 어지러움, 속 메스꺼움
- 메스꺼움 때문에 밥을 먹기 싫었지만 약 먹기 위해 억지로 세 끼는 다 챙겨 먹음. 음식에서 단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음
- 가만히 있는 것도 몸이 버겁다고 느낌. 도저히 안 되겠어서 병원 처방약 이외에 타이레놀 추가 복용
- 낮잠을 안 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밤에 잠을 깊이 못 자고 2시간마다 깸
수요일 : 자가격리 3일 차
- 두통, 어지러움, 속 메스꺼움, 인후통, 미열 지속
- 고개를 숙이면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 증상 추가
- 다행히도 10시가 되어 바로 깊은 잠에 빠짐
목요일 : 자가격리 4일 차
- 수요일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강도가 다소 약해진 느낌.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버겁다는 것이 느껴짐
- 더 이상 열은 나지 않음
-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고 지겨워서 넷플릭스로 지난 영화를 보면서 킬링타임 보냄.
- 10시에 바로 잠이 듦
금요일 : 자가격리 5일 차
-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는 몸이 좋아졌다고 느껴짐. 두통, 어지러움, 메스꺼움이 많이 줄어듦.
- 인후통은 말을 할 때에 조금 느껴짐. 목 깊이 가래가 끼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것 같음.
- 맑게 흐르던 콧물은 이제 점성이 생겨 밖으로 흐르지 않고 목 뒤로 넘어가 코를 막아버림
- 밤에 푹 잘 잠
토요일 : 자가격리 6일 차
- 냄새가 잘 안 맡아지는 것, 목소리 잘 안 나오는 증상 제외하고 대부분 원래대로 돌아옴
- 넷플릭스 보는 것도 한계가 와서 3시간 정도 서서 계속 베이킹을 함. 그래도 컨디션 괜찮음.
일요일 : 자가격리 7일 차
- 냄새 X,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은 그대로. 목소리는 아직까지 걸걸함.
- 전체 컨디션은 80% 정도 회복했다고 느낌
- 컨디션 걱정보다는 내일 출근할 생각에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옴..
이상으로 저의 코로나 자가격리 7일간의 짧은 기록이었습니다. 확진 판정 후 3~4일간은 몸이 많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고, 이대로 낫기는 하는 걸까 걱정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. 다행히도 밤 잠이 잘 오는 순간부터 조금씩 좋아진다고 느껴지더라고요. 아픈 시간 동안 다른 분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면서 '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', '시간이 약이구나'라는 걸 느끼며 위안이 많이 되었습니다. 저의 기록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,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버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.